1. 커피 로스팅 이란 #
커피 로스팅은 커피를 볶는 작업을 말한다. 로스팅 머신을 예열하고 생두를 투입한다. 적절한 에너지를 생두에게 전달한 뒤 배출한다. 이것이 커피 로스팅의 과정이다. 커피를 볶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실수 하는 것 중 하나는, 특정 향미를 발현시키는 데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바닐라 향을 창조할 수 없다. 딸기 향이나 재스민 향을 만드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그런 향미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잘못된 로스팅을 피하는 것이다. 잘못된 로스팅이란, 커피를 떫게, 산미가 식초 같게, 탄 맛이 나게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특징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는 이러한 커피들을 잘못된 로스팅으로 분류하고 있다.
‘잘못된 로스팅’을 피한다면, 커피의 향미는 자연스럽게 발현된다. 이 때, 커피의 향미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생두가 가지고 있던 본연의 향미이다. 우리는 결점을 줄여나가는 것에 집중해야한다. 그 노력이 우리의 로스팅 실력을 더 빠르게 성장시켜줄 것이라 믿는다.
2. 로스팅을 잘한다는 것 #
그렇다면 로스팅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가능성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곧, 문제 해결 능력을 의미한다. 로스팅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이 명확한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아는 것이 실력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원인을 알면 해결은 간단하다. 자신의 로스팅한 결과물이 떫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로스팅 실력을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다. 더불어 자신의 커피 감별 능력(센서리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자. 로스팅 훈련은 곧 센서리 훈련이다. 그리고 그러한 향미 발현의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분석하자. 이와 같은 문제 해결 과정이 익숙해지고, 습관적으로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커피 로스팅 실력자가 될 것이다.
3. 생두 선택 #
커피 로스팅의 시작은 생두 선택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맛있는 생두를 선택하는 것이다. 커피 로스팅의 핵심은 내가 원하는 향미를 발현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두가 가진 향미를 있는 그대로 발현시키는 것이다. 여러분이 원하는 향미를 만들 생각을 하지 말고, 여러분이 원하는 향미를 가진 생두를 선택하자. 로부스타는 게이샤가 될 수 없다.
화려하고 화사한 꽃 향, 깔끔한 후미, 가벼운 바디를 원한다면 에티오피아 수세 가공(washed, wet process)된 커피를 둘러보자. 모든 에티오피아 워시드가 이러한 향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G4보다는 G2가 낫고, G2보다는 G1이 낫다.
생두를 선택할 때 조심해야하는 것은 컵노트에 속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생두 판매사가 거짓말을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 G4등급의 커피에도 ‘꽃향기’라는 노트가 있을 수 있고, G1등급의 커피에도 ‘꽃향기’라는 노트가 있을 수 있다. 당연히 품질이 다르다. 어떤 커피는 선명하고 깨끗하면서 화려한 꽃 향기를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어떤 커피는 흐릿하고, 거칠고, 신선하지 않은 꽃 향기를 가질 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