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드 가공 방식은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수세 가공, 웻 프로세스(Wet Process)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름처럼, 물을 이용한 가공 방식이며, 커피 체리에서 커피 씨앗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물이 사용된 비율에 따라 완전 수세식(Fully Washed), 세미 워시드(Semi Washed)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내추럴 방식보다 깔끔하고, 관리가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물이 풍부한 국가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내추럴 방식(Natural Process)을 사용해왔다. 상대적으로 물이 풍부한 중남미 국가는 워시드 가공이 일반적이었다. 워시드 가공은 다른 방식들에 비해 여러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한 때 폐수처리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1. 과정 #
‘습식’, ‘수세식’, ‘워시드’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열매를 수확한 뒤 과육을 벗겨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스크린 펄퍼 혹은 디스크 펄퍼disk pulper, 드럼 펄퍼drum pulper 등의 기계를 이용해 과육을 벗겨낸다. 과육이 벗겨지면서 점액질이 붙어 있는 파치먼트 상태의 씨앗이 나타납니다. 점액질은 파치먼트에 단단히 붙어 있기 때문에 물에 쓸려 나가지 않는다.
점액질을 제거하는 방법은 크게 기계를 사용하는 방법과 발효시키는 방법이 있다. 기계를 사용한다면, 과육을 제거하자마자 바로 점액질을 제거할 수 있다. 솔로 쓱싹쓱싹 벗겨내는 기계가 있고, 원심력을 이용해 점액질을 뽑아내는 기계가 있다. 발효를 시키는 경우엔 12시간 ~ 48시간 정도를 물에 담궈둔다. 물론, 이 수치는 국가나 농장의 기후에 따라 달라진다. 핵심은 과발효가 되지 않는 것이며, 미생물의 번식과 오염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발효 과정에서 커피의 향미가 더 좋아지는 효과를 얻기도 한다. 커피의 산미도 이 발효 단계로 좌지우지 될 수 있다. 요즘에는 발효 단계에서 효모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전에는 발효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오늘날에는 향미증진을 위해 사용된다.
발효는 건식 발효와 습식 발효로 나누어진다. 건식 발효는 물 없이 발효를 진행하는 것인데, 씨앗 간 발효 수준을 맞추기도 어렵고 전체적인 발효 단계를 제어하는 것도 까다롭다. 보통은 습식 발효를 이용한다. 물속의 미생물 및 자연 효모, 혹은 커피 열매에 존재하는 효소에 의해 점액질이 분해된다. 24시간 ~ 72시간 사이에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며, 물의 온도, 점액질의 양, 효소의 첨가 유무에 따라 그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차가운 물에서 오래 발효된 수세식 커피에서 좋은 향미를 느꼈던 개인적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물속에서의 발효 과정이 커피 향미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실험과 연구에서 (물을 사용하지 않고) 기계의 마찰을 이용해 점액질을 제거한 커피와 물을 이용해 점액질을 제거한 커피 사이에 유의미한 향미 차이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늘날 습식 가공은 품질적인 측면은 물론이거니와 환경 관리의 측면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습식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수는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을 재활용하는 방식, 물 없이 과육을 제거하는 방법, 물 없이 점액질을 제거하는 방법 등의 다양한 친환경적인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온전히 물을 사용하지 않고 고품질의 수세식 커피를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환경 보존과 품질 보존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습식 가공의 핵심이다.
점액질이 제거된 파치먼트 상태의 커피는 건조 과정을 거친다. 건조는 기계를 이용한 방식(Machanical Drying)이 있고, 햇빛에 말리는 방식(Sun-Drying)이 있다. 통계적으로는, 햇빛에 말리는 경우가 더 좋은 향미를 갖는다고 한다. 하지만, 햇빛을 이용한 건조는 외부에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외부 오염에 대비해야한다. 그래서 자본이 풍부하고 땅이 좁은 지역에서는 기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건조를 진행하는 방법도 상당히 다양하다. 그늘에서 말리는 경우도 있고, 직사광선으로 말리는 경우도 있다. 바닥에 털어놓는 경우도 있고, 바닥에 닿지 않게 드라잉베드(Drying Beds)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2. 특징 #
워시드 방식은 스페셜티 커피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오로지 생두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내추럴(Natural Process)이나 허니(Honey Process) 가공 방식은 커피 체리의 과육과 점액질을 이용한다. 하지만, 워시드 커피는 과육과 점액질의 영향이 적기 때문에, 씨앗의 품질이 중요하다. 씨앗 안에 얼마나 좋은 당분, 단백질이 들어있느냐에 따라 커피의 향미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워시드 방식에서는 커피 나무가 자라는 환경(기후, 고도, 비료 등)의 중요성이 커진다. 스페셜티 커피 초창기에 워시드 커피가 주름잡던 이유이다.
워시드 방식은 관리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내추럴 커피는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환경 관리가 상당히 중요하다. 또한, 내추럴 가공 방식은 거의 한 달 가까이 진행되는데, 원활한 건조를 위해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반면에 워시드 커피는 단순하다. 특히, 기계를 활용하는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과육을 제거하고, 점액질을 제거하고, 건조하면 끝난다. 얼마나 심플한가. 물론, 그만큼 향미는 단조로울 수는 있겠지만, 생산자에서 중요한 것은 커피의 맛 뿐이 아니다. 요즘 나타나는 독특한 프로세싱이 비싼 이유는 무엇인가? 기술과 인건비다. 커피애호가들은 한 번 쯤 비싼 돈을 주고 사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도 가까워질 수 있는 커피는 아니다.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보급될 수 있는, 지속적인 품질 관리가 가능한 방식은 결국 워시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