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커피 리서치(World Coffee Research)와 스페셜티 커피 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는 공용의 언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Sensory Lexicon」 이라는 문서를 발행하였고, 그 안에 만국의 커피 전문가들이 향미에 대한 의견을 효율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공용의 언어를 수록되어 있다. 또한, 참조할 수 있는 식품을 제안하며 경험의 차이를 좁힐 수 있도록 했다.
우리가 공용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면, 몇 가지 단어만으로 관능 특성에 대한 의견을 간편하게 나눌 수 있다. 그러나 향이나 맛에 대한 구별없이 단순히 하나의 단어만 제시한다면, 상호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레몬’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때, 이것이 향에 대한 표현인지, 맛에 대한 표현인지, 향과 맛이 조화된 향미에 대한 표현인지 알기 어렵다. 가능하다면 “레몬과 같은 향이 난다.” 혹은 “레몬과 같은 산미를 가지고 있다.”처럼 해당 관능 특성을 함께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비록 공용의 언어를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맛에 대한 경험이 절대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월드 커피 리서치, 스페셜티 커피 협회에서 제안하는 표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얼마든지 다양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Sensory Lexicon」은 최소한의 공용어를 제안하는 것이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 각각의 관능 특성을 표현하는 언어를 알아보겠다. 향과 향미를 나타내는 표현은 큰 분류에서 작은 분류로 공부하길 권장한다. 이 책에서는 자주 활용되는 표현을 제시한다. 일부 표현은 특정 관능 특성에서 주로 사용하지만, 다른 관능 특성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예를 들어, ‘레몬’이라는 표현은 주로 산미를 나타낼 때 사용하지만, (극히 드문 경우이지만) 향을 나타낼 때 사용할 수도 있다.
향, 맛 그리고 향미를 표현하는 언어는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부터 향, 맛 그리고 향미에 대한 표현을 제시할 것이다. 어떤 표현은 커피에서 나타나는 향을 의미하며, 어떤 표현은 커피에서 나타나는 향미를 나타낸다. 물론 어떤 표현은 두 가지를 모두 나타낼 때도 있다. 이 문서에서는 여러 표현과 함께 주로 활용되는 관능 특성을 알려주고 있지만, 반드시 해당 관능 특성에만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참고하길 바란다.
향과 향미를 표현하는 언어 #
자세한 항목은 다음 문서를 참조 : 향과 향미를 표현하는 언어
- 꽃·허브 floral·herby : 꽃 계열의 표현은 대부분 향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 과일류 fruity
- 과일류는 다시 베리류, 핵과류, 감귤류, 열대과일류, 건과류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부 항목은 보편적인 과일 분류체계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향미 프로파일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분류한 점을 고려하면 되겠다.
- 과일류는 커피의 향미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과일은 “향미”보다는 “맛”에 대한 표현일 때가 많다. 감귤류 과일이 특히 그렇다. 감귤류 과일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산미를 이용하여 커피의 산미를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맛과 쓴맛을 모두 강하게 가지고 있다면, 자몽이나 라임으로, 경쾌하며 밝은 (하지만 때로는 날카로운) 산미는 ‘레몬과 같은 산미’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한편, 그 외에는 해당 과일의 향과 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 최근에는 가공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전통적인 가공 방식의 커피에서 나타나지 않던 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제는 정말 커피에서 정말 레몬 향이 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자신 있게 ‘레몬 같은 향이 난다’라고 표현하면 된다. 누군가가 정해 놓은 법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커피 향미에 대한 의견을 원활하게 교류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 어떤 표현을 사용하든 상관없다.
- 볶은 향 roasted
- 볶은 향은 주로 캐러멜화 반응, 마이야르 반응 그리고 열분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커피 생두에 함유되어 있는 성분 구성에 따라 그 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커피에서 긍정적인 볶은 향을 맡을 수 있다. 대게 로스팅 볶음도가 높아질수록 캐러멜이나 초콜릿 향이 강해지고, 볶음도가 낮아질수록 견과류나 곡물류의 향이 나타난다. 로스팅 환경(특히, 배기 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 커피 원두에서 연기 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생두가 견딜 수 있는 열 에너지를 넘어서게 되면 생두는 탄화되는데, 이 때 만들어지는 향들은 그을린 향, 탄 향, 매캐하고 날카로운 향이다.
- 곡물류·견과류 nutty
- 생 견과류 : 생 견과류는 공통적으로 비린 향미를 가지고 있다. 고소하기보다는 구수하고 느끼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 볶은 견과류 : 견과류의 향미는 크게 단맛, 신맛, 쓴맛과 특유의 향으로 구성된다. 견과류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특성은 향과 쓴맛 정도가 될 수 있다. 보통 껍질을 포함하고 있는 견과류가 쓴맛을 지닌다. 호두, 피칸, (껍질이 있는) 땅콩이 그러하다. 캐슈넛은 부드럽고 우유 같으며 단맛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피스타치오는 그린green계열의 느낌을 가지고 있으며 약간 비릿한 특유의 향미를 갖고 있다. 견과류 시식을 통해 향미를 기억하고 공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해당 견과류가 포함된 식품을 떠올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땅콩을 먹어보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땅콩 잼의 향을 느낄 수 있다. 호두나 피칸을 음미해보면 호두 아이스크림이 연상된다. 한편, 실제 견과와 합성 향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큰 것도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헤이즐넛이다. 헤이즐넛 커피 혹은 헤이즐넛 시럽에서 느껴왔던 헤이즐넛 향과 실제 헤이즐넛 향에는 큰 차이가 있다.
- 곡물류 : 곡물류 또한 견과류처럼 고소한 향미를 가지고 있다. 곡물류와 견과류의 차이는 구수함과 고소함이다. 대체 곡물 계열의 향은 구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누룽지, 볶은 보리나 씨리얼의 향은 대체로 구수한 느낌을 준다.
- 카카오 계열 cacao
- 카카오는 기본적으로 산미를 가지고 있다. 카카오도 커피와 마찬가지로 볶음도에 따라 신맛을 나타낼 수 있다. 볶은 카카오의 껍질을 제거하면 카카오 닙스가 된다. 카카오 닙스를 잘게 갈아 반죽하면 카카오 패이스트가 되고, 이것을 그대로 굳힌 것이 다크 초콜릿이다. 카카오 패이스트에 우유나 버터 등을 추가하면 밀크 초콜릿이 되며, 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쓴맛이 강하다. 한편, 카카오 패이스트를 압착하면 카카오 기름이 빠져나가는데, 기름을 제거한 뒤 분말로 만들면 코코아가 된다. “코코아”같다는 표현은 대체로 분말 같은powdery 느낌을 일컫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달콤한 코코아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을 수 있다.
- 달콤한 향 sweetness
- 달콤한 향은 볶은 향과 마찬가지로 주로 로스팅 중에 만들어진다. 볶음도가 높아질수록 어둡고 무거운 느낌의 향이, 볶음도가 낮아질수록 가볍고 밝은 느낌의 향이 나타난다.
- 발효 향 fermented
- 발효 향은 생두 상태일 때부터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커피 열매로부터 씨앗을 얻어내는 작업에는 발효 과정이 포함된다. 발효가 적게 이루어지면 발효 향은 거의 느끼기 어렵다. 반대로 발효가 많이 이루어지면 과일, 와인 같은 향미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이 일어나면 부담스럽고 거부감을 주는 향이 만들어진다. 그러한 향은 과발효에 의한 악취로 분류한다. 한편 발효만으로 위스키, 럼의 향을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다. 커피에서 위스키나 럼의 향이 난다면, 술을 담았던 오크 통에 생두를 보관하는 방법을 사용했을 확률이 높다. 이 방법을 통해 위스키나 럼의 향을 생두에 입힐 수 있다. 이 방법을 럼-에이즈드(rum-aged)라고 한다.
- 야채류 green/vegetative
- 색상표로 보면 비슷한 느낌일 수 있지만, 허브는 대게 긍정적인 표현이며, 그린green은 부정적인 표현일 때가 많다.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아 수분율이 많이 낮아진 생두에서는 건초 같은 향이 나타날 수 있다. 로스팅 중에 커피를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풋내가 나타난다. 대게 날카로운 산미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허브류의 향은 분명 긍정적인 표현이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좋고 싫음이 분명하게 나뉘곤 합니다.
- 종이·나무 papery·woody
- 종이나 나무 같은 향미의 원인은 다양하다. 생두가 애초에 가지고 있던 문제일 수도 있고, 로스팅이나 추출에서 발생한 문제일 수도 있다. 수분율이 너무 낮아진 올드 크롭에서 나타나곤 한다. 혹은 로스팅을 지나치게 길게 진행한 경우, 종이 필터의 품질이 좋지 않은 경우, 물에 미네랄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에 종이와 부정적인 나무의 향이 나타날 수 있다. 흙내음은 생두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특히 인도네시아처럼 수확기에 우기가 시작하는 나라에서 주로 나타난다. 가공 과정에서 흙내음을 머금은 경우이다. 생두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나무 향은 삼나무나 소나무 등으로 표현한다.
- 화학약품류 chemical
- 화학약품류의 향은 결점이다. 생두가 썩은 경우, 로스팅 중 지나치게 강한 열을 받은 경우에 만들어진다.
- 향신료 spi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