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목적을 분명하게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공부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방향을 잃기 쉽다. 잘못된 방향으로 굉장히 많이 노력을 했을 때, 우리는 “열심히 했으나 성과가 없었다”고 표현한다. 노력의 대가가 우리의 생각보다 값지지 않을 때가 많다. 비록 짧은 거리를 가더라도 이유와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을 쓰고 있으니 문뜩 수 년 전 물의 중요성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 나눴던 일이 떠오른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물 때문에 커피의 맛이 좋지 않다는 내 의견은 맛 없는 커피에 대한 변명처럼 들렸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커피 업계 사람들은 물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물의 화학적 조성이 커피 향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모두가 경험을 통해 느꼈기 때문이다. 점차 많은 사람들이 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동시에 정수 필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급기야 매장에서 사용할 물을 제조하는 카페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물에는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들이 많다. 각각의 미네랄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일부 미네랄에 대해선 그 역할을 과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미네랄은 그 역할조차 정립되지 않았다. 백만분의 일 단위의 극소량만으로 우리가 느끼는 감각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데도 말이다.
우리가 물을 공부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커피에 어울리는 최고의 물을 찾기 위해서? 한 잔의 커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 아니면 단순히 지적 호기심 때문에? 커피에 어울리는 물이란 결코 절대적으로 정할 수 없을 것이다. 각각의 커피가 가진 향미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산미가 강한 커피와 산미가 약한 커피는 각자에게 어울리는 물이 있을 것이다. 초콜릿 향이 강한 커피와 꽃 향이 강한 커피 역시 그에 어울리는 물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어떤 물이 커피에 적합한 물인지 절대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한다.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 입장을 이렇다. 우리가 물을 공부 해야 하는 이유는, 가능성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다양한 원인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최대한 다양한 원인을 떠올리고,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가장 유력한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가능성이 높은 요소부터 하나씩 확인해보아야 한다. 만약, 우리가 물에 대해 무지하다면, 우리는 물 때문에 일어나는 일련의 문제를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단지 물 하나 때문에 커피 맛이 평이해진 것인데, 우리는 로스팅을 탓할 것이며 추출 방법을 탓할 것이다. 때로는 자기 자신의 센서리 능력을 의심하기도 할 것이다.
물을 흥미롭다. 물은 재미있다. 미세한 변화로도 커피의 맛이 극적인 변화를 준다. 물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하며, 커피 맛이 변하는 가장 유력한 원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동시에, 절대 진리의 물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버려야 하며,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물을 이해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