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
내추럴 가공 방식은 가장 오래된 커피 가공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 건조 방식, 드라이 프로세스Dry Process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름 그대로, ‘내추럴’한 커피이다. 햇빛으로 커피 체리를 말리고, 다 말린 체리를 벗겨내는 가공 방식이다.
내추럴 가공 또는 드라이프로세스는 에티오피아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해오던 방식이다. 커피 열매의 과육과 함께 발효·건조되기 때문에, 과육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내추럴 커피에서는 특유의 과일 느낌이 나타난다. 바디나 풍미는 더 좋아질 수 있지만, 너무 과하게 발효되는 경우엔 발효취, 낮은 클린컵 등의 부정적인 향미를 갖기도 한다.
내추럴 커피 가공 과정은 딱 두 단계로 이뤄진다. 바닥에 펼쳐 말린 뒤, 열매를 벗겨내는 것이다.
2. 과정 #
워시드 커피는 수확 이후, 물로 씻어낸다든지, 과육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내추럴 커피는 열매를 따자마자 냅다 말리면 된다. 콘크리트 바닥에 말리는 국가도 있지만, 보통은 지면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드라잉 베드drying-beds/raised beds를 이용한다. 건조기간은 나라마다 다르다. 햇볕이 잘 들고, 우기와 건기가 뚜렷한 지역일수록 건조시간은 짧아진다. 반대로 건기와 우기의 구별이 모호하고, 수확기에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은 내추럴 가공이 오래걸리며, 더 많은 관리가 필요하다.
내추럴 커피는 과육의 영향을 많이 받아, 워시드커피에 비해 과일같은 느낌이 강하다. 흔히, 프룻티Fruity하다고 한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베리류, 핵과류의 향미가 나타난다. 과일같은 단맛, 부드러운 산미가 특징이다. 특히, 시트러스보다는 말릭Malic계열의 산미가 많다. 종종 와이니Winy하거나 홍차같은 느낌을 주는 내추럴 커피들도 있다. 거의 내추럴 가공을 통한 과육의 영향이다.
3. 특징 #
대신, 로스팅이 까다롭다는 이야기가 많다. 과육의 당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당분은 쉽게 타버린다. 그래서 로스팅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추럴 커피가 좀 더 로스팅하기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향미 발현도 훨씬 빠르고, 잘 이뤄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앞서 말한 이유 때문에, 로스팅 포인트가 높아질수록 커피가 탈 확률도 높아진다. 같은 로스팅 포인트를 위해서, 대체로 내추럴 커피가 워시드커피보다 더 적은 열량을 요구하는 듯하다. 그래서, 열량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로스팅 후반부에 커피가 과열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가설들이 있다.
- 발효에 의한 것 : 발효란, 미생물들이 당분을 소비하여 호흡하는 과정을 말하는데, 이 과정에서 커피 조직 내에 열량을 요구하는 물질들이 “미생물에 의해 이미 소진되었다.” 또는 미생물의 호흡에 의하여 “조직이 손상되었다.”라는 주장이다.
- 발아에 의한 것 : 열매를 통째로 말리는 과정에서 씨앗이 내부의 물질(에너지)을 소비하여 로스팅을 할 때에는 열량이 적게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워시드 방식을 비롯한 다양한 가공방식들은 현대적인 느낌이 있다. 반면, 내추럴 가공 방식은 수백년동안 거의 변화가 없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커지기 전, 에티오피아 내추럴 커피는 저품질의 커피로 취급받아왔다. 당연하다. 내추럴 가공의 장점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은 발효 때문이다. 건조가 이뤄지면서 커피체리에서는 발효가 일어난다. 오늘날, 우리는 발효가 커피 가공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발효라는 개념 자체가 제대로 확립되지도 않았다. 단지, 빠싹 말라야 과육을 제거하기 쉬웠기 때문에 건조를 한 것이다. 물로 닦아내고 싶어도, 에티오피아에는 물도, 자본도 없었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내추럴 커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어느 정도의 관리를 통해 커피의 풍미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건조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들을 신경써야하는지, 왜 내추럴 커피에서 부정적인 맛이 나오는지. 사람들은 관심을 갖고 개선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내추럴 가공 방식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지금은 매력적인 커피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 된 것이다. 요 몇 년 가장 핫한 커피, 파나마 게이샤 또한 내추럴 가공을 통해 더 깊은 향미를 만들어냈다.
내추럴 커피가 점차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도 체감할 수 있다. 최근 에티오피아 커피의 특이점을 꼽자면, ‘내추럴만큼 프룻티한 워시드커피’, 그리고 ‘워시드만큼 깔끔한 내추럴커피’가 많다는 점이다. 이제는 외국 커피 회사의 자본이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국가에 유입되면서, 조금 더 체계적인 환경에서 내추럴 커피 가공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