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스팅 사전 작업 #
1.1 핸드픽
핸드픽은 로스팅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다. 결점이 있는 생두를 사전에 제거하는 과정이다. 초록색의 생두는 커피 열매의 씨앗이다. 크기가 굉장히 작다. 이렇게 작은 커피 생두 하나하나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핸드픽이다. 최근에는 색도를 이용해 생두를 선별하는 기계가 있지만, 일반적인 로스터리 카페서 사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핸드픽은 인간의 시간을 갈아 넣는 작업이다. 과거에는 핸드픽을 필수적인 요소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오늘날에는 핸드픽이 정말 필수적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실제로 실험해보면 재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모든 생두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수 있지만, 핸드픽을 하게 되면 대체로 커피가 깔끔해진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있다. 하지만, 의외로 특정 커피에서는 복합성이 줄어들어 오히려 매력이 반감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편, 카페의 규모가 작을 때에는 로스팅 규모도 작기 때문에 핸드픽 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로스팅 규모가 커지게 되면 하나하나 핸드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핸드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로스팅 물량이 많은 매장의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결점두가 적은 생두를 고르는 것 밖에 없다.
1.2 로스팅 머신 예열
많은 로스터리 카페는 핸드픽을 미리 해놓거나, 로스팅 머신을 예열하면서 핸드픽을 한다. 짧게는 30분, 길면 1시간 정도 로스팅 머신을 예열한다.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180℃ ~ 210℃의 온도에서 커피 로스팅이 시작되기 때문에 해당 범위 사이의 온도로 예열을 한다. 예열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첫 번째 로스팅과 두 번째 로스팅 결과물 차이를 좁히기 위함이다. 대부분의 로스터들은 첫 번째 로스팅과 두 번째 로스팅, 그리고 그 이후의 로스팅 결과물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매 로스팅마다 축적되는 열 때문이기도 하고, 앞선 로스팅 결과물을 배출한 뒤 다음 로스팅을 시작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의 차이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예열 작업은 두 번째 로스팅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만드는 데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2. 로스팅 중 일어나는 변화 #
예열된 로스팅 머신에 생두를 투입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커피 원두가 되기까지, 초록색의 커피 생두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로스팅 중에 일어나는 변화는 크게 물리적인 변화와 화학적인 변화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변화는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2.1 화학적인 변화
커피 로스팅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에는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캐러멜화 반응(Caramelization), 열분해 등이 있다. 이 중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화 반응은 대표적인 로스팅 화학 반응이고, 이 화학 반응 덕분에 우리가 조금 더 커피를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것이다. 두 가지 반응 모두 갈색의 색소를 만들어내는 갈변 반응이다. 또한 다양한 향미를 만들어내는 반응이기도 하다. 일정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생두가 타버리기도 하는데, 이런 반응은 열분해 또는 탄화라고 부른다. 흔히 말하는 탄맛이 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화학 반응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풋내나 떫은 맛을 동반하게 된다.
2.2 물리적인 변화
커피 생두의 물리적인 변화에는 크기의 변화, 색상의 변화가 있다. 커피 생두의 조직은 다공질(porous)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벌집 모양이라고 해서 허니컴(honeycomb) 구조라고도 한다. 다공질 조직 안에는 커피의 향미를 결정하는 다양한 물질들이 있다. 로스팅 과정 중에 다양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면서 생두 조직 안에는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많은 기체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 기체들이 열을 받으면서 팽창하게 되니, 생두의 조직도 함께 팽창하게 된다.
또한 갈색 색소 물질이 만들어지면서 색상은 연 노란색, 노란색, 연한 갈색, 진한 갈색 등으로 변해간다. 더 강한 열을 지속적으로 가하게 되면 진한 갈색을 넘어 검은색에 가까운 색상을 띠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다크 로스팅이란, 이러한 색상의 커피를 말한다.
2.3 팝핑과 크랙
로스팅 머신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80℃ ~ 210℃ 사이의 온도에 도달하면 커피 생두의 조직은 더 이상 내압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게 된다. 이 소리가 마치 팝콘이 터지는 소리와 같다고 하여, 팝핑(popping)이라고 부른다. 팝핑 현상은 로스팅 중 총 두 번 일어난다. 1차 팝핑의 경우에는 옥수수 팝콘 터지는 듯한 소리로 나타나지만, 2차 팝핑의 경우에는 장작 타는 소리로 나타난다. 팝핑이 일어나고 나면, 생두의 양끝에는 균열이 생기게 되는데, 이 때문에 팝핑이라는 표현 대신 ‘크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팝핑은 평균적으로 1분30초 가량 지속된다.
2.4 배출과 쿨링
자신이 원하는 로스팅 수준에 가까워지면, 다 볶은 커피를 배출한다. 배출 직전의 커피 원두는 보통 200℃ 이상의 초고온 상태이다. 빠르게 식혀주지 않으면 추가적으로 더 로스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로스팅 정도에 도달하면 배출 뒤에 빠르게 식혀주어야 한다. 이 과정을 쿨링이라고 한다. 권장하기로는 3분 이내에 식혀주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3. 핸드픽 #
로스팅하기 전에 결점두를 제거했으나, 우리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결점두가 나타날 수 있다. 이 때 가장 많이 보이는 결점두는 퀘이커(Quaker)이다. 사람에 따라 미성숙두(immature, blighted)라고 부르기도 한다. 숙련된 로스터라면, 로스팅 이전 핸드픽을 통해 발견할 수도 있지만, 구별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로스팅 이후에 골라내는 방법이 최선이다. 퀘이커는 향미 품질에 아주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