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맛과 산의 종류 #
스페셜티 커피의 핵심, 신맛이다. 신맛은 ‘산’의 맛이다. 산은 크게 무기산과 유기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탄소를 포함한 산을 유기산이라 하며, 그렇지 않은 산을 무기산이라고 한다. 탄산은 탄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무기산으로 취급한다. 유기산은 다시 아미노산, 카르복실산 등으로 나뉜다. 감칠맛을 낸다고 알려져 있는 글루탐산은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잘 알려진 초산, 주석산, 구연산 등은 카르복실산이며, 이는 커피에서 신맛을 내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산의 분류와 몇 가지 산의 종류 | ||
유기산 | 아미노산 | 글리신glycine, 글루탐산glutamic acid, 시스테인cysteine |
락톤산 |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글루코노-락톤glucono-lactone | |
지방산 | 소르브산sorbic acid, 뷰티르산butyric acid | |
페놀산 | 벤조산benzoic acid, 살리실산salicylic acid | |
카르복실산 | 아세트산, 젖산, 시트르산, 호박산, 사과산, 주석산 등 | |
무기산 | 황산, 질산, 인산, 탄산 |
산이 신맛을 내는 이유는 물에 녹아 수소 이온(H+)을 내놓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초산은 CH3COOH이며, 물에 녹아 수소 이온이 떨어져 나가면, CH3COO–와 H+로 분리된다. 수소 이온이 우리 혀에 있는 수소 이온 채널을 통과하면 우리는 그것을 신맛으로 인지한다. 그러나 우리가 많은 경험을 통해 알다시피, 신맛이라고 모두 같은 신맛은 아니다. 어떤 신맛은 부드러운 반면, 어떤 신맛은 날카롭다. 신맛이 다양한 형태로 느껴지는 이유는 수소 이온에 붙어있는 다른 물질들 때문이다.
산의 종류에 따라 신맛의 형태는 다양하다. 산의 종류에 따라 지속시간과 신맛의 세기도 달라진다. 신맛 외에 짠맛이나 쓴맛을 동반하는 산도 있다. 예를 들어, 호박산은 신맛과 함께 선명한 쓴맛과 짠맛을 동반한다. 한편, 산의 종류와 상관없이 농도가 높아질수록 신맛은 날카롭고 불쾌한 형태로 나타난다. 아래는 산의 종류에 따른 맛의 특징을 정리해둔 그래프이다.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를 가질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초산acetic | 매우 날카로운, 피클, 떫은, 매우 강한 |
주석산tartaric | 포도, 라임, 부드러운 ,약간 떫은, 쓴 맛이 조금 있는 |
구연산citric | 감귤류, 파인애플, 약간 날카로운, 상쾌한, 청량한 |
호박산succinic | 쓴, 짠, 강한 |
사과산malic | 사과, 살구, 시큼한, 조금 날카롭지만 부드러운 |
젖산lactic | 부드럽고 오래가는 신맛, 짙은 농도에서는 날카로울 수 있는 |
2. 커피의 신맛과 pH #
pH는 수소 이온 농도로, 용액 안에 얼마나 많은 수소 이온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수소 이온의 함량이 높을수록 pH는 낮아지고, 수소 이온의 함량이 낮을수록 pH는 높아진다. pH 7.0은 중성이며, 이보다 낮으면 산성, 높으면 염기성이라 부른다. 신맛의 주체가 수소 이온이라는 점을 착안해보면 pH가 낮을수록, 다시 말해 산성일수록 신맛이 강할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커피 전문가들은 커피의 pH를 측정하여 신맛의 강도를 예측하곤 한다. 그러나 pH와 신맛 사이에는 절대적인 비례관계가 없다. 다시 말해, 커피의 pH가 낮다고 신맛이 강하거나, pH가 높다고 신맛이 약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신맛의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먼저, 약산과 강산에 대해 알아야 한다. 산을 물에 녹이면 수소 이온이 떨어져 나가게 되고, 떨어져 나온 수소 이온 때문에 pH는 낮아진다. 그러나 모든 산에서 수소 이온이 떨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염산은 대표적인 강산인데, 물에 녹았을 때 수소 이온과 염화 이온으로 거의 대부분 분리된다. 반면, 아세트산은 대표적인 약산으로, 물에 녹았을 때 일부 아세트산만 수소 이온을 내놓고, 대부분의 아세트산은 해리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수소 이온을 많이 내놓으면 강산, 수소 이온을 적게 내놓으면 약산으로 분류한다. 강산은 같은 양을 물에 녹이더라도 pH가 약산에 비해 훨씬 낮아진다. 즉, pH 측정기 상으로 pH 값이 훨씬 낮은 수치로 나타난다.
강산은 수소 이온을 더 많이 내놓기 때문에, 더 많은 양의 수소 이온이 이온 채널을 통과하게 된다. 언뜻 생각하면 이온 채널을 통과한 수소 이온의 수가 더 많으니 강산의 신맛이 더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약산은 다른 방식으로 신맛을 낸다. 예를 들어, 아세트산의 경우, 밖에서는 해리되지 않았던 아세트산이 세포 내부로 들어온 뒤에 해리된다. 그렇게 해리된 수소 이온은 신맛을 느끼는 데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이유로 pH를 측정했을 때에는 비교적 높은 수치가 나와, 신맛이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되더라도 막상 먹어보면 강한 신맛을 느낄 수도 있다.
